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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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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45 조회3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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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노광(28세, 남, 트로그의 미노타우로스)은 잠시간의 쉬는 시간 동안 석용(34세, 남, 베후멧의 회색 드라코니언)과 함께 담소를 나눈다. 노광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울법한 자신의 고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문득, 노광은 석용으로부터 왠지모를 비애감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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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거 할아버지는 상만이 노광과의 점심 약속을 위해 청소용구들을 청소부 트럭에 정리해넣는 순간까지 묘한 '조언' 들을 이어갔다. 대체 그 '크리스마스' 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병원에 실려간다' 는 구체적인 텍스트는 너무나도 명료했다. 굳이 풀어내거나 함축적인 의미를 파고들어갈 여지가 없는 문장이었다. 상만은 오우거 할아버지의 평소 말버릇처럼 과장이겠거니 넘겨짚었지만, 오카와루 신도 특유의 섬세한 감각은-단순한 오감뿐만 아니라 이름붙이기 어려운 제 6감까지도-상만에게 차분히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병원에 실려간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으니, 상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처법이란 삼가고 또 조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설령 정말로 병실에 실려간다고 한다면, 그의 친구와 식사를 하러 가건 말건 다칠 일이다. 굳이 소극적으로 나설 필요 없다-바꿔 말하자면, 뭔짓을 해도 그 자리에서 즉사하지는 않는단 소리 아니던가-그냥 평소대로 돌아다니는 편이 바람직했다. 오우거 할아버지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맨 처음 말을 꺼낼 때보다야 비교적 많이 누그러뜨려진 태도였다.

정오 즈음의 봄볕을 받으며, 상만은 고급 주택가의 낄끔한 거리(청소부들에게 있어 이곳에서의 일은 보너스가 꽤 두둑한 편이었다)를 걸어갔다. 돈 많은 실버 세대를 노리고 기획된 이 주택가의 분양 사업은 마찬가지로 돈 많은 젊은 세대에게 더 큰 인기를 끌었다. 똑같이 돈 많은 사람들이니까, 똑같은 곳에 관심이 쏠린 걸까? 부동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만으로서는, 왜 이곳이 젊은 세대에게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지 도통 헷갈리기 마련이었다. 부모에게 독립하고 싶다는 건 이해하지만, 굳이 이곳을 고를 필요나 강렬한 메리트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이곳은 젊은이들이 그토록 꺼려하는 실버 세대가 많이 자리하고 있지 않던가? 애초부터 실버 세대의 취향에 맞게 고안된 주택가의 디자인이나 편의시설들이 젊은 세대에게도 매력적이었다는 것 부터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상만이 그래도 노광보다는 머리(Intelligence)가 좋은 편이었지만, 결코 명석하지는(Brilliance) 않았다.


노광네 철거반의 작업차량, 지그문트의 모양새는 겉보기엔 굉장히 조잡했다. 하지만 상만은 그 차량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졌는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온갖 잡다한 장비들 사이로 절묘하게 튀어나온 배기구의 위치,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차창의 크기, 구석구석마다 꼼꼼히 새로 장갑판을 용접해붙인 흔적. 볼품없는 외견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효율과 안전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집념이 묻어나고 있었다.

" 아, 지그문트 말이군요. 그거야 우리 양호 선생님이 손 좀 쓰고 계시는데... "

지그문트의 '조잡한 정교함' 에 경탄하는 상만에게, 사손은 그의 오른쪽-윗다리를 쩔걱거리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오카와루 신도답게 전문성에 대한 경의를 나누는 사손과 상만을 보며, 노광은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의 나른함, 그리고 약간의 따뜻함이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이 되어 노광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춘기 탓인지, 노광은 약간 취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퍽 유쾌한 느낌이었다.

" 평화로운 일상이지. 안그런가 신입? "

" 그러게요. 일상이라... "

석용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툭 던지듯이 말했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말이었지만, 흘려들으라는 의도가 다분히 물든 말이었다. 노광은 잠시 생각에 잠길까 했지만, 어느새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자신의 두 친구, 환한 봄볕이 눈부신지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의 큼직한 밀짚모자를 쓰고 나온 양호, 그런 양호에게 소탈하면서도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석용을 보며 오늘은 그저 즐기기라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오늘이란 날은 진지하게 생각에 잠기기엔, 물론 그가 미노타우로스이고, 또 트로그의 신도인 탓도 있었지만, 고민도 사색도 굳이 문을 두드리러 오지 않을 너무나도 평온한 날이었다. 평온한 일상, 그 한 켠에 노광과 그의 친우들이 여유로이 노닥거리고 있었다. 아아, 일상이여. 그 소박함이여! 노광은 문득 봄볕 아래에서 태양을 찬미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고급 주택가에서 일하는 날인만큼 기분 좀 내보자며, 석용은 상만과의 점심 약속이 얘기되자마자 냉큼 '라 쁘띠뜨 모뜨(La Petite Mort)'에 예약을 잡았다. 은빛그룹 산하의 호텔 주방장이었다가 별안간 사표를 낸 어느 유능한 스프리건 주방장이 운영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정통 판데모니엄식 레스토랑이었다. 상만이 보여준 어느 코볼트 사고즈 블로거의 리뷰에 따르면, 다른건 다 제쳐두고 화덕피자만 잔뜩 먹어도 본전은 뽑을 정도로 화덕피자가 유명한 집이었다. 사실 상만과 제 1 철거반의 동료들이 굳이 만나서 점심까지 먹자며 약속 잡을 필요가 있을까- 싶던 노광이었지만(귀찮다기보다는 굳이 그러게까지 부산을 떨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고급 레스토랑의 점심은 문자 그대로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 아, 예. 저번에 전화드린 김석용이입니다. 혹시 강형님 잠깐 바꿔주실 수 있으십니까? "

마침 그 스프리건 주방장이 석용의 '아는 형님' 인 덕택에, 자리를 쉽게 잡을 수 있기도 했다. 원체 고급적인 식사와는 거리가 먼 노광은-상만은 몇몇 레스토랑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이번 식사가 내심 기대되었다. 물론 상만과 동료들의 친목을 다지는 원래 목적도 나름 기대되었지만, 어차피 동료들과 상만은 쉽게 지내질 터임이 분명했다.

" 어떻답니까 형님? "

" 음, 강형님이 잠깐 재료 사러 나가셨다더라. 그래도 우리 가는 사이에 금방 돌아오실테니까 일단 오라시는군. "

" 이야, 이거 얼마만에 가는겁니까?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가 마지막이었죠? "

사손은 석용과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나누며 지그문트에 올라탔다. 상만도 뒤따라 올라타고, 양호가 시동을 걸려던 찰나 석용은 그제서야 무언가 기억났는지, 아차 하며 노광에게 심부름을 부탁했다.

" 그, 아까 내가 안전모를 잔해에 두고 나와서...미안한데 신입, 잠깐만 가져다줄 수 있나? "

평소대로라면 그닥 받아주고픈 부탁은 아니었지만-노광은 심부름을 시키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했다-오늘따라 지쳐보이는 석용의 부탁을 다른 상황도 아니고 이렇게 즐거운 상황에서 거절하기도 뭣했다. 노광은 금방 갔다오겠다며 지그문트를 나섰다.


석용의 안전모는 숯이 되다못해 반쯤 재가 되어 바스러진 대들보 비스무리한 잔해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아마도 작업을 끝마치고 나오다가 안전모를 벗기만 하고 챙겨나오는걸 깜빡한거 아녔을까 싶었다. 드라코니언의 머리에 알맞게 다듬어진(드라코니언이 헬멧을 쓸 수 없다는 말장난은 순진한 어린이들을 놀려먹기에 적절한 농담거리였다)안전모를 집어들고 재를 털어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노광은 아직 부서지지 않은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던 운정과 눈이 마주쳤다.

" 에, 아직 안가셨네요? "

" 닥쳐요, 황소머리. "

평소보다 훨씬 표독스럽게 쏘아붙이는 운정의 말투에 짐짓 놀란 노광은, 운정이 눈이 퉁퉁 부어오른 걸 눈치챘다. 그 눈이 방금 전까지 펑펑 울던 사람의 눈이라는 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노광 스스로 자신하기에, 자신의 눈치는 나름대로 날카로운 편이었다.

" 우셨어요? "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운정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노광을 노려다보았다. 이윽고 운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 어, 잠시만요. 아니, 우셨냐고요. "

노광은 말없이 일어서는 운정으로부터 순간적으로 강렬한 살기를 느꼈다. 그 기세가 얼마나 냉혹한지, 노광은 당황하며 운정에게 울었냐고 재차 물어보았다. 트로그 님의 신도라면 살면서 한번쯤 살기등등한 상황에 놓인다는 속담이 있었는데, 노광이 상황 판단을 하기에 지금이 딱 그랬다. 하지만, 운정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는 노광으로선 알 방법이 없었다.

별안간 번갯불이 튀기더니 노광의 왼쪽 뿔을 스쳐지나가는 순간에도, 노광은 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마찬가지로 알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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